FOOD & STAY
경남 맛집 가이드
경상남도의 음식은 해안선을 따라 한 갈래, 내륙 분지를 따라 또 한 갈래로 갈립니다. 남해안은 굴과 멸치, 잡어를 그날 잡은 상태로 쓰는 상차림이 많고, 진주와 밀양 같은 내륙 도시는 국밥과 냉면처럼 상권과 함께 자리 잡은 음식이 중심입니다. 여기서는 특정 상호 대신 고장과 상권을 기준으로, 어느 동네에 들어가면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를 정리했습니다.
050-8202-7995통영 충무김밥과 굴, 멍게비빔밥
충무김밥은 밥만 김에 만 것과 무김치, 오징어무침이 따로 나오는 구성입니다. 반찬을 안에 넣지 않은 이유가 더운 날 배 위에서 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 붙어 있고, 지금도 강구안 주변 상권에 이 형태로 파는 집이 몰려 있습니다. 양이 적어 보여도 무김치와 함께 먹으면 금방 배가 찹니다.
굴은 통영과 인근 해역의 겨울 대표 식재료입니다. 생굴과 굴구이, 굴국밥, 굴전이 한 상에 섞여 나오는 코스 형태가 흔하고, 제철은 늦가을에서 이른 봄 사이입니다. 날것이 부담스러우면 익힌 쪽 위주로 주문 때 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멍게비빔밥은 소금에 절인 멍게살을 밥에 비벼 먹는 음식입니다. 향이 강해 처음 먹는 사람은 김에 싸서 조금씩 시작하는 편이 낫고, 통영에서는 도다리쑥국도 봄 한철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쑥 향이 국물 전체를 잡아 생선 비린내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거제 대구탕과 물회, 사천 삼천포 해물
거제 외포항은 겨울 대구로 알려진 포구입니다. 맑게 끓인 대구탕은 국물이 담백해 고춧가루를 따로 넣어 먹는 사람도 있고, 알과 내장을 함께 넣는지 여부로 집마다 성격이 갈립니다. 제철이 지나면 냉동을 쓰는 곳이 늘어 겨울에 먹는 것과 차이가 납니다.
남해안 물회는 흰살생선이나 잡어를 채 썰어 초고추장 양념에 얼음물을 부어 먹습니다. 거제와 통영 쪽에서는 배를 타고 나가는 손님을 상대하던 음식이라 회를 굵게 썰어 씹는 맛을 남기는 경우가 많고, 마지막에 국수나 밥을 말아 마무리합니다.
사천 삼천포는 쥐포로 이름난 고장입니다. 지금은 원료 수급 사정이 달라졌지만 포구 상권에는 여전히 건어물 가게가 줄지어 있고, 전어와 갑오징어 같은 제철 해산물을 함께 팝니다. 초양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뒤 항구 쪽으로 이동하면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마산 아구찜과 진주냉면, 진주비빔밥
마산 아구찜은 창원 오동동 일대에서 자리 잡은 음식입니다. 말린 아귀를 불려 콩나물과 미나리를 얹고 매운 양념에 버무려 내는 방식이 기본이고, 생아귀를 쓰는 집은 국물이 더 남습니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마무리하는 순서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진주냉면은 육수를 소고기 대신 해물에서 뽑는 점이 다릅니다. 고명으로 육전을 올리는 구성이 특징이라 면과 함께 전을 씹게 되고, 국물 맛이 여름보다 오히려 서늘한 계절에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진주 중앙시장 주변에 냉면집이 모여 있습니다.
진주비빔밥은 나물을 얹고 육회를 함께 올려 내는 형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선지를 맑게 끓인 국이 함께 나오는 구성이 많아 한 상이 꽤 갖춰져 나오고, 진주성을 돌고 나온 뒤 늦은 점심으로 붙이기 좋습니다.
하동 재첩국과 남해 멸치쌈밥, 창녕·함안 수박
하동 재첩국은 섬진강 하구에서 나는 작은 조개로 끓입니다. 국물이 뿌옇고 간이 세지 않아 해장으로 찾는 사람이 많고, 부추를 얹어 내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재첩을 무쳐 낸 회무침이나 부침으로도 나와 한 상에서 여러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남해 멸치쌈밥은 생멸치를 시래기와 함께 조려 상추에 싸 먹는 음식입니다. 멸치를 말려 육수로만 쓰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여기서는 멸치가 주재료 자리에 올라오고, 봄철 생멸치가 나올 때 가장 흔합니다. 뼈째 조리기 때문에 씹는 감각이 다릅니다.
창녕과 함안은 수박 주산지로 알려진 고장입니다. 낙동강 인근 평야에 비닐하우스가 이어져 있어 봄부터 물량이 나오고, 도로변 직판장에서 통째로 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밀양과 인접한 이 일대는 밭작물 산지가 넓게 이어집니다.
밀양 돼지국밥과 김해 뒷고기, 산청 흑돼지와 합천 한우
돼지국밥은 경남 전역에 퍼져 있지만 밀양 쪽은 국물을 맑게 뽑는 계열로 갈립니다. 뚝배기에 밥을 말아 내는 집과 따로 내는 집이 나뉘고, 부추무침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방식은 대체로 같습니다. 수육을 따로 시켜 국물과 나눠 먹는 구성도 흔합니다.
김해 뒷고기는 도축 과정에서 조금씩 나오는 여러 부위를 모아 구워 먹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한 접시에 서로 다른 식감의 부위가 섞여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 부위를 지정하기 어렵고, 그날 들어온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김해 시내 구도심 골목에 이런 집이 남아 있습니다.
산청은 지리산 자락에서 기른 흑돼지로 알려진 고장이고, 합천 일대는 한우 산지가 이어집니다. 정육식당에서 고기를 사서 상차림비만 내고 구워 먹는 방식이 흔해 계산 구조가 일반 고깃집과 다릅니다. 함양 쪽은 오곡과 산나물을 올린 정식이 흔하고, 지리산 자락 마을에서는 나물 위주 상차림을 만나게 됩니다. 경남은 해안과 내륙을 하루에 오가면 상이 계속 바뀌어 며칠 다니면 입보다 몸이 먼저 지칩니다. 그런 밤이면 밤물결이 숙소로 갑니다.